알이즈웰 알이즈웰
신체 인지와 알렉산더 테크닉으로 다스리는 일상의 균형

알렉시시미아: 감정을 말로 못 하는 사람들과 몸의 신호

읽는 시간 약 9분

알렉시시미아, 즉 감정표현불능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인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그래요”나 “잘 모르겠어요”처럼 대답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 자체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감정을 느끼고 있더라도 그것을 구별하거나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렉시시미아를 이해할 때 흥미로운 부분은 감정과 신체 감각의 관계입니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호흡이 달라지고,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배가 불편해지는 등 여러 신체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경험한다고 해서 언제나 “나는 지금 불안하다” 또는 “나는 화가 났다”라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1970년대에 주목받기 시작한 감정표현의 어려움

알렉시시미아(Alexithymia)라는 개념은 1960년대 후반 정신의학자 피터 시프네오스(Peter Sifneos)가 정신신체 질환 환자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안했으며, 이후 연구를 통해 개념이 발전했습니다.

초기 연구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구별하고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사람들이 관찰되었습니다. 자신의 내면적인 감정보다는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구체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향, 상상이나 공상과 관련된 어려움 등이 함께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알렉시시미아를 하나의 독립적인 정신질환으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특정 진단명이라기보다 감정을 인식하고 구별하며 언어로 표현하는 데 나타나는 특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주로 다루어집니다.또한 알렉시시미아가 있다고 해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감정적인 경험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

알렉시시미아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것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에 땀이 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신체적 변화를 곧바로 “긴장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왜 이렇게 몸이 이상하지?” 정도로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알렉시시미아에서는 이러한 감정 경험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화가 난 것인지”, “불안한 것인지”, “서운한 것인지”처럼 서로 비슷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렉시시미아 감정표현불능증

내수용감각: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는 감각

이 과정에서 함께 살펴볼 만한 개념이 내수용감각(Interoception)입니다. 내수용감각은 심장 박동, 호흡, 배고픔, 포만감, 체온 등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태와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을 말합니다.

감정 경험과 내수용감각은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두 개념을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과 그 변화에 “불안”, “기대”, “긴장” 같은 감정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하나의 신체적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운동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인지에 따라 그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따라서 알렉시시미아를 단순히 “내수용감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감정에 대한 인식, 감정의 구별, 언어적 표현, 신체 감각을 해석하는 방식 등 여러 요소가 서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알렉시시미아가 모두에게 똑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특정 감정을 구별하기 어려운지, 신체 감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개인차가 있습니다.

언어화가 항상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여기서 신체 인지라는 관점으로 이 개념을 바라보면 조금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우리는 흔히 감정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자신의 상태를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감정 경험은 그렇게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는 화가 났다”고 말했지만 그 안에 서운함이나 실망이 함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던 상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이나 걱정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유용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감정의 이름이 감정 경험 전체를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부분이 알렉산더 테크닉과도 흥미롭게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몸의 경험을 하나의 정답으로 규정하기보다, 현재 어떤 경험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태도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불안하다”라고 바로 결론을 내리는 대신, 가슴이 답답한지, 호흡이 달라졌는지, 몸이 평소보다 긴장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감정의 이름을 찾는 것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때로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몸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곧바로 하나의 원인과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험을 돌아볼수록 같은 신체 감각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알렉시시미아를 이야기할 때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규정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다르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역시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말로 자세히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만, 어떤 사람은 행동이나 표정,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한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시적인 경험과 지속적인 알렉시시미아 특성을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나는 감정이 없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를 나누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어려운지, 감정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운지, 아니면 적절한 단어를 찾는 것이 어려운지는 서로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면 알렉시시미아라는 개념도 훨씬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라는 하나의 큰 영역 안에서도 느끼기, 구별하기, 이름 붙이기, 표현하기는 각각 다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꼭 하나의 단어로 정리해야 할까

알렉시시미아를 살펴보면서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게 된 것은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에 반드시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어떤 날에는 “불안하다”라는 단어가 정확할 수 있고, 어떤 날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현재 상태를 더 잘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분명 유용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상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그 감정의 모든 의미가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 알렉시시미아라는 개념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감정은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추상적인 경험도 아니고, 반대로 특정한 신체 반응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감정을 잘 모르겠다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반드시 즉시 정확한 이름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잘 모르겠다”는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경험이 나타났는지를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알렉시시미아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몸의 감각,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가 항상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Editor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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