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즈웰 알이즈웰
신체 인지와 알렉산더 테크닉으로 다스리는 일상의 균형

알렉산더 테크닉 디렉션 원리, 뇌과학으로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

읽는 시간 약 10분

알렉산더 테크닉을 공부하다 보면 ‘디렉션(Direction)’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나게 됩니다. 단순하게 번역하면 방향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몸을 어느 위치에 가져다 놓는 자세 교정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설명됩니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저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생각만으로 몸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몸을 움직일 때 근육을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팔을 들고 싶으면 팔을 움직이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면 다리에 힘을 줍니다. 그런데 실제 움직임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행동보다 먼저 의도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컵을 집으려고 하기 전에 손이 이미 컵을 향할 준비를 하고 있고,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마음먹는 순간 몸은 움직임을 시작할 준비를 합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디렉션을 흥미롭게 느낀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몸을 직접 고치는 방법이 아니라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내용을 뇌과학으로 설명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현대 신경과학에서 밝혀진 사실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둘을 같은 이론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그래서 이번에는 디렉션을 뇌과학의 특정 작용으로 단정하지 않고,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뇌에서 어떤 준비가 이루어지는지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몸은 움직이기 전에 이미 행동을 준비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모든 과정이 의식적인 명령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예를 들어 책상 위에 있는 컵을 집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컵을 집어야겠다’고 생각한 뒤 손을 움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컵까지 손을 어떤 경로로 가져갈지, 어느 정도의 힘으로 잡을지,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일지 등을 매 순간 하나씩 계산하면서 행동하지 않습니다.

목적을 정하면 몸은 그 목적에 맞춰 움직임을 조직합니다.걷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몇 걸음 걸을 때 발을 몇 도 들어 올릴지, 무릎을 어느 정도 구부릴지 일일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움직임에는 의도와 계획, 감각 정보, 과거의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합니다.현대 신경과학에서는 운동을 실행하기 전의 준비 과정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이루어져 왔습니다. 운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여러 뇌 영역과 신경계가 관여하며, 실제 움직임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감각 정보가 다시 들어와 행동을 조절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움직임은 단순히 근육을 움직이는 행위’라고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의도와 그 행동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디렉션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몸의 결과적인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 시작되기 전의 의도와 방향까지 관심의 범위에 넣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렉션을 뇌과학의 공식처럼 설명하면 안 되는 이유

여기에서 한 가지 선을 분명하게 그을 필요가 있습니다.인터넷에서는 알렉산더 테크닉의 디렉션을 설명하면서 뇌의 특정 영역이나 자율신경계와 직접 연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방향을 생각하면 특정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거나, 목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면 부교감신경이 작동한다는 식의 설명입니다.이런 설명은 듣기에는 매우 과학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사용하는 디렉션이라는 개념 자체가 현대 신경과학의 특정한 생리학적 작용과 일대일로 대응한다고 말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개인이 어떤 방향을 생각한 뒤 몸의 느낌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것이 정확히 어떤 뇌 영역이나 신경 경로 때문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저 역시 디렉션을 직접 경험하면서 몸의 느낌이 달라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특정한 신경 메커니즘의 증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구분이 디렉션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왜 이런 느낌이 생겼을까?’라는 질문과 ‘이것이 정확히 어떤 신경 작용 때문에 생겼다’라는 결론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전자는 개인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경험이고, 후자는 별도의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따라서 디렉션과 뇌과학을 연결해서 이야기할 때는 ‘관련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뇌의 전두엽에서 신체로 내려가는 신경 신호 조율과 억제 과정을 나타낸 이미지

반복되는 움직임은 우리의 선택을 대신하기도 한다

뇌와 움직임의 관계를 생각할 때 흥미로운 부분은 반복입니다.처음 배우는 행동은 의식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점점 익숙해집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균형을 잡는 것 하나하나가 어렵지만 익숙해진 뒤에는 주변을 보면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키보드를 사용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입력할 때 키 하나하나의 위치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이런 능력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줍니다. 모든 행동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익숙해진 행동이 항상 우리가 현재 상황에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오래된 작업 습관이나 특정한 움직임 방식이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사용할 때 화면을 향해 몸을 가까이 가져가는 행동이 오랫동안 반복되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화면을 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가져가는 행동 자체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이때 자세를 억지로 반대로 만들기보다 먼저 ‘내가 화면을 볼 때 어떤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접근이 가능합니다.

디렉션의 개념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기존의 움직임을 새로운 움직임으로 즉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시작할 때 다른 방향성을 생각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디렉션의 작은 변화

저는 디렉션을 처음 접했을 때 생각과 실제 몸의 관계를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그래서 특별한 연습 시간을 정하기보다 평소 컴퓨터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간단하게 적용해보았습니다.

평소에는 오래 앉아 있으면 자세가 흐트러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허리를 바로 세우거나 어깨의 위치를 조절했습니다.이번에는 특정 부위를 바로잡는 대신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방향에 관한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그런데 흥미로웠던 것은 몸의 변화보다 제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디렉션을 생각하면서 작업할 때는 내가 자세를 수정하려는 순간 자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자세가 잘못되었으니까 고쳐야 한다.”이런 판단이 먼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이것은 아주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습니다.몸의 상태를 평가하고 곧바로 수정하는 것과, 현재의 행동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물론 이 경험만으로 디렉션이 뇌의 어떤 기능을 변화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제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합니다.생각을 바꾸어보니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바른 자세’를 뇌과학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바른 자세에 대한 이야기는 흔히 하나의 정답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허리는 몇 도가 되어야 하는지, 어깨는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머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처럼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움직임은 고정된 자세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서 있을 때와 걸을 때가 다르고, 책을 읽을 때와 운동할 때도 다릅니다. 같은 앉은 자세라도 의자의 형태나 작업 내용에 따라 몸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따라서 ‘좋은 자세’를 하나의 모양으로 정해놓고 모든 상황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알렉산더 테크닉의 디렉션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생깁니다.

디렉션은 단순히 몸을 특정한 모양으로 맞추는 방법으로 이해하기보다, 행동을 시작할 때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현대 신경과학 역시 움직임을 단순한 근육의 작용만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 운동 계획, 주의, 학습과 경험 등 여러 요소가 움직임에 관여합니다.

두 영역이 완전히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다만 ‘몸을 올바른 위치에 고정하는 것’만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는 생각해볼 만한 접점이 있습니다.

디렉션을 생각하면 자세에 대한 질문이 달라진다

디렉션을 알기 전에는 자세를 볼 때 결과를 먼저 확인했습니다.등이 곧은가.어깨가 반듯한가.머리가 앞으로 빠져 있지는 않은가.하지만 디렉션을 접한 뒤에는 질문의 순서가 조금 달라졌습니다.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는 그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익숙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없는가 이런 질문은 사진처럼 한순간의 모습을 평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디렉션을 ‘바른 자세를 만드는 기술’이라고만 설명하면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디렉션을 생각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것은 몸의 모양이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어떻게 똑바로 만들까?”에서 “나는 지금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을까?”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뇌과학은 앞으로도 인간의 의도와 움직임, 감각과 학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계속 밝혀나갈 분야입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디렉션을 그 연구 결과와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오히려 각각의 영역이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구분하면서 바라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저에게 디렉션은 뇌의 비밀을 풀어주는 공식이라기보다, 움직임을 시작하기 전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시 살펴보게 만든 개념이었습니다.그리고 그 작은 질문의 변화가 ‘바른 자세’라는 말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Editor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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